[35호]동아리탐방 – 한국기술교육대 ROBUST
동아리탐방
한국기술교육대 ROBUST
인천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몇 시간 쯤 달렸을까, 언제부턴가 갑갑한 도시를 벗어나 있었고, 한적한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병천순대” 간판들이 즐비한 곳 “천안 병천”을 지나 한국기술교육대가 보였다. 그 때가 분명 대학생들에게 겨울방학 기간이라고 해도, 학교 안팎의 분위기는 정말 조용했다. 방학이기에 매우 늦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오후 4시까지도 기자가 대부분의 동아리원들과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고, 꽤나 잘 정돈된 동아리방에서 만난 한국기술교육대의 ROBUST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취재 | 이용동 책임기자 bluelyd@ntrex.co.kr
제일 먼저, 동아리 탐방 신청서에 “저희 ROBUST는 로봇과 관련된 프로그래밍, 하드웨어 제작, 전자회로를 학습하고 연구하여 친목을 도모하는 학술 동아리입니다.” 라고 써주셨는데, 결국에는 “친목을 도모하는” 목적을 위해 “학습하고 연구”가 수단이라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제대로 보셨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이 동아리라는 것이, 취미를 함께 나누고 공부도 같이 하는 것은 분명히 맞는데, 이렇게 같은 활동을 하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끼리 밥도 같이 먹고, 마음을 나누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공부도 하고 정보를 나누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그 모습이 이 동아리가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친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아리다보니, 공부 뿐 아니라 술잔을 기울이는 기회도 정말 다양하게 있습니다.(웃음)
정말 심플하면서도 확 와닿는 내용이네요. 이 동아리명인 “ROBUST”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ROBUST라는 동아리명은 “원기 왕성한, 활발한, 팔팔한”과 같은 기운이 가득하다는 의미와, 기구나 로봇이 “튼튼하다, 단단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15년 부터라서, 특별하게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 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요. 2015년의 활동은 봉사 활동도 했고, 신비차 경연대회, 로봇씨름대회와 같은 로봇 관련된 대회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ROBUST 동아리원들이 프로젝트 준비를 열심히 한 흔적 |
방학 때는 어떻게 활동하고 계신가요?
방학 때는 보통 대회 준비를 합니다. 학기 중에 학교 공부와 대회 준비를 병행하기는 정말 힘들기 때문에, 대체로 방학 기간에 대회 참가 준비를 거의 끝내 놓고, 학기 중에는 완성된 작품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형태로 밖에 진행이 안되더라구요. 또 신입생이나 저학년들을 대상으로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선배들이 각자 자신 있는 부분을 맡아서 교육해주고 있고, 이 외에도 기존에 해봤던 프로젝트에 맞게 그룹을 구성해 지속적인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아주 알찬 방학을 지내고 있습니다.
몇몇 학과를 제외하면 학교 전체가 한 개의 공과대학이라고 볼 수 있는데, 관련된 동아리도 많이 있나요? 그 중에서 ROBUST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학교 전체가 이쪽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그만큼 학교에도 동아리가 정말 많더라구요. 그 중에서 ROBUST는 가장 다양한 활동을 많이, 또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멤버들 간에 사이도 돈독하고, 무엇보다도 어떤 프로젝트나 대회를 준비하더라도 정말 뜨거운 열정으로 똘똘 뭉쳐서 해낼 수 있는 동아리가 바로 저희 ROBUST입니다. 물론 제가 만든 동아리라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또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서 전공 공부를 더 깊이 해보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서 학과 공부에 플러스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도 있고 더 깊게 파고들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현재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 대학원 진학을 꿈꾼다면, 단연코 ROBUST 활동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ROBUST의 주요 활동이나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 이슈는 어떤 것이 있나요?
지금은 차기 신비차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5년과 마찬가지로 2016년에도 여름에 대회가 열리는데, 2016년에도 당장은 가장 저희 동아리가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대회가 될 것 같습니다. 또 주로 다른 대회는 그 이후인 9 ~ 11월에 몰려있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래도 신비차 대회가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기도 한 것 같아요.
다른 동아리들이 주로 “라인 트레이서”에 집중을 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데,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사실 라인트레이서라는 것이 초보자들이 처음 접하기에는 아주 괜찮은 주제인 것 같아요. 배우기도 좋구요. 그런데 저희는 그 많은 동아리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도 좋지만, 저희가 어렵게 접근하고, 힘들게 알아가는 로봇들에 더 흥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 물론 라인트레이서를 포함한 다른 로봇들도 쉽지만은 않지만, 어렵고 규모도 있는 단체 참가형 로봇 만들기가 개인 참가형 로봇들보다는 더 구미가 당기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신비차 대회에는 대회 규모도 그렇고 로봇의 규모도 그렇고 보통 다른 대회가 4-5인이 1팀으로 구성되는 대회임에 반해, 9-10명이 1팀으로 구성되어 움직이게 되거든요. 뭔가 더 뿌듯한 것 같아요.
2015년 로보컵 대회에 참가했던 로봇 |
만드신 로봇들을 보면, 간단하게 부품들을 구매해서 조립하는 수준이 아니라 판재를 가공하는 등의 작업이 많이 들어간 것 같은데, 이것들은 상세하게 요청해서 가공된 제품을 구입해서 쓰시는 건가요??
아, 이 로봇들이 저희가 디자인, 모델링부터 자재를 구매해서 가공까지 직접 다 해서 만든 로봇들입니다. 저희 학교가 참 잘 되어있는 점이, 웬만한 판재 가공용 기기들이 다 구비가 되어있고, 이 기기들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이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요. 절곡기, CNC 머신이나 밀링 머신, 선반 머신과 레이저 커팅기, 워터젯도 있거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LINC 사업단의 지원이나 이런 경제적인 지원도 잘 되고 있어서, 정말 공부와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정말 수월해요. 시간 괜찮으시면 이따 한 번 보여드릴게요.
동아리를 직접 만드셨고, 이 동아리가 제대로 활동을 한 것이 2015년이 거의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그 첫 활동들 중에서 아쉬웠던, 또는 부족했던 점은 없나요? 2015년을 마무리하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사실 다 아쉬웠어요. 신비차 대회는 정말 열심히, 또 힘들게 준비를 했고, 대회 전날 펜션을 잡아서 마지막 튜닝을 하는데 부품이 터져버려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돌아온 기억도 있어요. 또 로봇 씨름 대회는 “상 받으러 가는 거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자신도 있었고 만반의 준비를 한 만큼 기대도 컸던 대회였거든요. 그런데 정작 대회에 가서는 저희가 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로봇을 만들었던 거라, 대회 직전에 저희가 박아 놓은 나사를 빼야만 하는, 그래서 대신 실리콘으로 고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버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초음파 센서를 잡아줄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아 바로 깨져 버리더라구요. 2015년에는 처음이기도 하고 해서 정말 열심히 했고 긍정적인 생각도 많이 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2016년에는 더 만반의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시그마센터. 워터젯을 포함한 다양한 기구가 구비되어있고, 사용도 편리하다고 한다. |
마치며..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점은, 동아리의 분위기가 아주 밝고 활기찬 것이었다. 마냥 가볍게 들떠있는 것 보다는, 말 그대로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로봇 취미 동아리”라는 것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친근하고 부드러웠다.
동아리 외적으로, 한국기술교육대에서 학생들을 위해서 시그마 센터에 꽤 풍족한 기구들을 구비해두었고, 특히 사용을 하는 데 있어서 간단한 서류 작성만 하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절차도 간편하다고 한다. 꽤 큰 규모에 한 번 놀랐고, 한국기술교육대의 정책에 한 번 더 놀랐다.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실질적으로도 학생들이 머릿속에 그리는 대로 만들어볼 수 있도록 풍족한 지원을 해주는 한국기술교육대와, 이런 지원을 잘 활용해서 공부하고 발전하고 있는 ROBUST가 앞으로도 더 발전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탐방기를 마친다.